25기 강주헌의 갤러리

<맹목 (盲目)>
420mm x 594mm | 2025
FUJIFILM X-Pro 3 | 240mm | F5.6 | 1/500s | ISO640
잃어버린 시선은, 현실보다 먼 어딘가를 응시한다.
빛은 사라지고, 순간은 말없이 지나간다.
보고싶은 것만 보려는 눈은, 어쩌면 가장 어두운 맹목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나도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행복과 아름다움조차,
놓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말이죠.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엔 시선을 주지 못한 채,
손안의 소음에만 몰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보지 못하는 맹목.
어쩌면 우리 모두, 그 맹목 속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요?

<암순응 (暗順應)>
420mm x 594mm | 2025
FUJIFILM X-Pro 3 | 300mm | F5.6 | 1/1000s | ISO320
감겨져 있던 눈을 뜬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는다.
잊고 있었던 색을 다시 바라본다.
눈앞의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더 화려할지도 모릅니다.
무심코 지나친 붉은 장미가,
어느 순간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하니까요.
혹시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진 않나요?
이 장미처럼, 삶의 소소한 순간들이
당신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봅시다.
또 어떤 아름다움이 숨어 있을까요?

<인 (人)>
420mm x 594mm | 2025
FUJIFILM X-Pro 3 | 80mm | F4.5 | 1/1000s | ISO320
배경은 점점 흐려지고, 시선은 한 사람에게 모인다.
이제 우리는 배경이 아닌, ‘사람’을 바라본다.
작고 느린 감각들이, 그의 경계와 바깥을 천천히 잇는다.
보는 일은 결국, 누군가를 온전히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시야를 넓히고 나서야 비로소,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홀로 음악을 듣고 있는 그는 지금 어떤 세계에 몰입해 있을까요?
처음엔 사람에 머물던 시선이,
점점 주변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갑니다.
보는다는 건 어쩌면,
누군가를 천천히, 그리고 깊이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화 (花)>
420mm x 594mm | 2025
FUJIFILM X-Pro 3 | 70mm | F4.5 | 1/2500s | ISO640
마침내, 눈이 완전히 열린다.
모든 색이 천천히 깨어난다.
꽃잎의 가장자리에서 하늘의 끝자락까지,
시선이 조용히 이어진다.
우리는 다시, 세상을 본다.
우리는 이제 시선을 통해 다시 배경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이번엔 그 안에서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우리가, 맹목적으로 외면하고 있었던 것뿐이죠.
꽃처럼 만개한 당신의 시선을 잘 간직하고 이 공간을 떠나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눈을 뜨고도 보지 못했던 풍경들,
그 잊혀진 감각들을 다시 찾아 나선 여정입니다.
당신의 시선에도 작은 빛이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