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기 박하영의 갤러리

<조용한 행복>
409mm x 530mm | 2025
SONY A7C | 200mm | F6.3 | 1/320s | ISO250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니 일상 속에서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세요.”
모두가 쉽게 하는 말이라 이제는 진부하게 들리는 말이죠.
그래서 저에게는 감히, 무작정할 수 없는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처지에 있고 단 한 사람과도 서로를 온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니까요.
그 대신, 제가 행복했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올림픽공원에 간 토요일이었습니다.
저는 사람 구경을 좋아해서 이 공원을 좋아합니다.
평소처럼 사람들을 둘러보다 무더위에 지쳐 벤치에 앉았고,
눈에 가아득 들어오는 초록을 버거워하다
파아란 하늘을 향해 언덕을 올라갑니다.
무성한 초록 속에 피어난 하얀 들꽃과
또 다른 이에게 바람을 불러주고 있는 벤치가 보이네요.
‘모두 브이 하시고~찰칵!’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로 가득한 하루가 참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제 이야기가 여러분만의 큰 기쁨이 담긴 사소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있다면 간직하시고, 아직 없다면 일단 모든 것을 사랑해보세요.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건 전과 같지 않으리라”

<초록은 어디까지 번지지>
420mm x 594mm | 2025
SONY A7C | 69mm | F7.1 | 1/200s | ISO100
SONY A7C | 28mm | F9 | 1/160s | ISO400
SONY A7C | 89mm | F7.1 | 1/200s | ISO1600
비를 쏟고 더위를 퍼붓는 여름인데,
왜 여름은 낭만의 계절일까?
낭만은 그리움과 동경, 부재 속에 더 깊어지는 마음이다.
모든 것이 영원히 달라지는 여름,
들을 줄 아는 것이 답이 될 때가 있다.
매미 소리, 새소리,
볕이 내리쬐는 소리,
발밑에 풀잎이 자라는 소리.
전부 다른 초록이 모여 살기로 작정한 여름날의
초록이 번지는 소리.
갖가지 감각이 활짝 열리는 만큼 울퉁불퉁해진 감정들
그 약간의 무너짐과 동시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제 몫의 어둠>
250mm x 500mm | 2025
SONY A7C | 200mm | F5.6 | 1/125s | ISO800
가장 나다운 빛이 스며나오는 밤
창문에 불이 하나 둘 꺼진다.
빛에 드러났던 생명의 색채가 어둠으로 덮인다.
모두가 저마다 겪어내야 할 어둠, 제 몫의 어둠이다.
그리고 이때 우리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내면의 빛,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빛이 아니라 나의 내부로 끝없이 스며들어가는 빛이다.
창문에 불이 하나 둘 켜진다.
.
.
.
집이란 잠을 자고 끼니를 해결하는 곳이자
긴 하루 끝에 마지막 걸음을 철퍽 두는 곳이면서,
가만히 멈춰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내가 나답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는 공간이죠.
그 편안함이 잉태하는 슬픔은
결국 나 자신을 더 선명히 마주하기 위한 제 몫의 어둠인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진정한 발견은 낯선 풍경이 아니라, 낯설게 바라보는 눈에서 비롯된다.”
"The true paradises are the paradises that we have lost."
“진정한 낙원은 우리가 잃어버린 낙원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