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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기 권연우의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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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

600mm x 420mm | 2025

MINOLTA X-700 | 50mm

한 번에 많은 걸 보고 싶어
한 번에 많은 걸 하고 싶어
한 번에 다 움켜쥐고 싶어

욕심은 겹쳐
이 나무가 진짜인지, 저 나무가 진짜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권연우 - 파지

놀랍게도 이 사진은 콜라주 사진이 아닙니다.
새로 산 필름 카메라가 조금 아픈 듯해요.
하지만 이런 멋진 실수를 하다니요.
자랑스럽습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에서는 미아가 등장합니다. 

미아의 여정은 나무를 혼돈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냥 나무와 물에 비친 나무, 둘 중 어느 나무가 진짜 나무일까요?
아름다움을 쫓는 미아는 더 아름다운 오른쪽 나무가 진짜라는 생각에 빠지고 맙니다.
옆집 사내는 왼쪽 나무가 진짜래요. 풀숲에 가려진 주제에 나무라니요.
아니, 맞는 것도 같습니다.

미아는 두 나무 모두를 움켜쥐고 싶습니다.



미아가 눈을 잃어가는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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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숨은 그림 찾기>

600mm x 420mm | 2025

MINOLTA X-700 | 50mm

비스무리한 것들 사이에 파묻혀 있어도
너는 여전히 너

눈 잃어도
중심만은 잃지 않기를

권연우 - 숨은 그림 찾기

미아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아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남들과 같지 않을 것, 개성 있을 것, 눈에 띌 것.
그런데 웬걸, 숲속에 갔더니 미아와 비스무리한 것들이 천지인 겁니다.

 

비참합니다. 

사진으로 찍힌다면, 나 자신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요.
미아는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일기장에 급하게 소원을 휘갈깁니다.

 


눈 잃어도
중심만은 잃지 않기를.

 


비로소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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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

600mm x 420mm | 2025

MINOLTA X-700 | 50mm

허들 너머로 본
풀들의 비명은 기쁨을 닮아서
향기를 맡으려면 더 가까이 가야해

허들 아니면 어떡해 철창이면 어떡해
무리하면 또 눈 잃어
넘어지지 마

권연우 - 너머

미아는 아주 아름다운 장면을 목도합니다.
방해물 너머로 꽃과 풀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장면을요.
더 가까이 가려면 방해물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사실에
풀들의 흩날림이 비명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풀들의 비명 소리는 기쁨과도 닮아서 미아는 더, 더 가까이 가고 싶어집니다.

허들이 아니라 철창이면 어떡해요.
철창에 부딪혀 잃어가는 눈을 마저 잃으면 어떡해요.
내 각막에 상처가 나면 어떡해요.

미아는 눈을 질끈 감고 다가가보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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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교생>

420mm x 297mm | 2025

MINOLTA X-700 | 50mm

진득한 향기에 정신 못 차릴 쯤
어린 나를 백 명 정도 보았고

​환각인 걸 알아챌 쯤
더 짙은 보라색을 쫓아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권연우 - 고교생

미아는 새로운 색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라, 저것은 나입니다.
미아 앞에 놓인 고교생은 미아를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그런 고교생이 100명 정도 눈앞에 버글거립니다.
환각입니까.

뺨 한 대 때리고 정신 차리니
미아는 더 짙은 보라색을 찾아 떠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미아의 머리는 헝클어지고 신발은 흙투성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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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600mm x 420mm | 2025

MINOLTA X-700 | 50mm

마침내
해피엔딩입니까

내가 보는 나무
진짜입니까

권연우 - 해피엔딩

미아는 마침내 두 그루의 나무를 또렷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물에 비친 불완전한 모습도, 풀숲에 가려진 불완전한 모습도 아닙니다.
미아는 또 일기장을 꺼내어 글을 적습니다.

 


마침내
해피엔딩입니까

내가 보는 나무
진짜입니까

 


이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미아는 해피엔딩 속에서 웃고 있을까요?

당신은 웃고 있나요?

​작가의 말

아름다움을 쫓으며 점점 눈을 잃어가는 어떤 사람,

미아의 여정을 그려보았습니다.

그 사람의 일기장을 몰래 상상해봤어요.

나의 일기장과 같았습니다.

전 항상 아름다운 걸 쫓고 찾아내요.

사진에도 그런 걸 담으려고 하고요.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요.

(너는 반말이지만, 친근한 표현 정도로 알아주십시오)

기쁜 미소를 지을까 싶어서요.

언젠가, 머릿속에서 

내가 본 아름다움이 허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고 싶은 대로 아름답게 꾸며서 보고 있으면 어떡해요.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이 혼란함을 전시에 담고 싶었어요. 공유하고 싶었어요.

내가 본 아름다운 세상은 가짜입니까?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여전히 아름다운 걸 사랑해요.

잃은 눈으로 뭘 보겠냐 하시겠지만요.

저는 많이 보고 있습니다*

 

*안미옥 시인 시집 제목 인용

© 분실물 센터 : 시선을 되찾아드립니다

The 23rd Exhibition by the University Students Photography Club "Inwha" 24rd, 25th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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