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기 김태희의 갤러리

<凌霄花>
420mm x 594mm | 2025
FUJIFILM X-M5 | 75mm | F2.8 | 1/220s | ISO500
'능가할 능(凌)', '하늘 소(霄)', '꽃 화(花)'
여름의 장마를 뚫고 담장을 타고 오른다.
능소화, 하늘 앞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는 꽃.
능소화는 늘 그 자리에 피어 있었지만,
나는 그 이름도 뜻도 모르고 스쳐 지나왔다.
이번에는 잠시 멈춰 서서 시선을 오래 두었다.
담장을 타고 하늘을 향해 오르며, 궂은 날씨 속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힘.
'능가할 능(凌)', '하늘 소(霄)', '꽃 화(花)‘
그래서 이 꽃은 ‘하늘을 능가한다’는 이름을 가진다.

<찰나>
420mm x 594mm | 2025
Canon EOS R10 | 50mm | F6.3 | 1/50s | ISO200
사라지기 직전의 노을빛,
그 짧은 찰나에 시선이 머물렀다.
별생각 없이 찍었던 사진을 다시 꺼내 보는 순간,
노을 빛 속에서 기록된 그 찰나가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잊고 있던 순간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숨 고르기>
297mm x 420mm | 2025
FUJIFILM X-M5 | 75mm | F2.8 | 1/3800s | ISO200
숨을 고르다 고개를 들었다.
굽이진 길 위로 등대가 기다리듯 서 있었다.
그 순간, 내가 잃고 있던 시야가 다시 펼쳐졌다.
오름을 오르는 내내 나는 발끝만 바라보며 걸었고,
어느새 ‘본다’는 감각은 사라져 있었다.
그러다 문득 숨이 차 멈춰 섰고,
숨을 고르려 고개를 들자 그제야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고개를 드는 그 단순한 행위가 내가 잃고 있던 시야를 회복하게 했다.

<파도 위의 시간>
420mm x 297mm | 2025
FUJIFILM X-M5 | 75mm | F4.5 | 1/1900s | ISO320
빛은 사라졌지만
시선은 그 위에 오래 머물렀다.
햇빛이 파도에 닿는 순간,
물 위엔 아주 짧은 반짝임이 피어났다.
그 반짝임은 곧 사라졌지만,
내 시선은 그 위에 머물렀다.
그 짧은 감각이 지금도 마음속 어딘가에 반짝이고 있다.